간장을 새로 사려고 조미료 매대 앞에 섰다고 해볼게요. 병을 뒤집어 뒷면을 훑어봐도 'GMO'라는 글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 간장은 유전자변형 콩과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요.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올해 12월 31일부터 이 부분이 바뀝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6년 7월 8일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표시 대상에서 빠져 있던 간장이 들어왔거든요.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아직 그대로인지, 라벨의 어떤 문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까지 한번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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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 진열대 앞에서 ‘간장’ 제품의 라벨을 확인하는 모습. |
12월 31일, 간장 라벨부터 바뀝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GMO 표시는 '남아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 대두나 옥수수를 원료로 썼더라도, 제조 과정을 거치며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으면 표시할 의무가 없었습니다.
간장이나 식용유가 딱 이 경우입니다. 발효와 정제를 거치는 동안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같은 콩을 써도 두부에는 표시가 붙고 간장에는 안 붙는 일이 생겼습니다.
개정된 기준은 이 방식을 뒤집었습니다. 최종 제품에 남아 있지 않더라도 GMO 원료를 썼다면 표시해야 합니다. 대상은 간장류(한식간장·양조간장 등), 당류(물엿·올리고당 등), 식용유지류(대두유·카놀라유·마가린 등) 세 갈래입니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시행일은 나뉘어 있습니다. 간장은 2026년 12월 31일, 구분 관리를 위한 시설 개보수가 필요한 당류와 식용유지류는 2027년 12월 31일부터입니다.
표시가 붙는다고 위험한 식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12월 이후 간장 뒷면에 'GMO'가 찍혀 나오면 뭔가 나쁜 게 발견된 걸까 싶어지죠.
그런 성격의 표시가 아닙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식품위생법」 제18조에 따른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 식품용으로 승인된 품목만 들어옵니다.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은 애초에 시장에 나올 수 없습니다.
이번 개정의 목적은 안전 경고가 아니라 선택권입니다. 식약처도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확대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위험하니 피하라'는 표시가 아니라 '원료가 이렇습니다'라는 정보에 가깝습니다. 사고 말고는 각자의 몫이고요.
'표시가 없다 = GMO가 아니다'가 안 되는 세 가지 이유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대목입니다. 라벨에 아무 표시가 없을 때 그것을 Non-GMO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가 셋 있습니다.
첫째, 표시 대상 품목이 아직 세 가지뿐입니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상 식품군은 24개인데, 이번에 들어온 것은 간장·당류·식용유지류입니다. 게다가 시행일도 1년 차이가 납니다. 2027년 말까지는 같은 유전자변형 콩을 원료로 써도 간장에는 표시가 붙고 식용유나 물엿에는 안 붙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라벨만 나란히 놓고 보면 오해하기 딱 좋은 기간이죠.
둘째, 비의도적 혼입에 허용치가 있습니다. 농산물을 재배하고 운송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원료가 의도치 않게 섞여 들어갈 수 있는데, 현행 허용 비율은 3% 이하입니다. 이 범위에 들면 표시가 면제됩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제3차 GMO 표시제 TF 회의 결과(2026년 4월 10일 개최)를 보면, 이 3%가 국제 기준보다 느슨하다는 지적과 함께 최소 0.9%까지 낮추자는 방향이 정리됐습니다. 다만 논의 단계이므로 실제 기준 변경 여부와 시점은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셋째, Non-GMO 표시는 아무나 못 붙입니다. '비유전자변형식품'이나 'Non-GMO' 같은 표기는 의무가 아니라 강조 표시입니다. 같은 TF 문서에 따르면 현행 기준은 0%, 즉 검출되지 않아야 붙일 수 있습니다. 요건이 까다로우니 실제로는 조건을 못 맞춰 아무것도 안 쓰는 제품이 많습니다. 표시가 없다는 건 GMO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정보가 없다는 뜻입니다.
라벨에서 마주치는 문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실제로 제품 뒷면에서 보게 되는 문구를 성격별로 갈라두면 헷갈릴 일이 줄어듭니다.
| 표시 문구 | 성격 | 읽는 법 |
|---|---|---|
| 유전자변형식품 / 유전자변형 ○○ 포함 | 의무 표시 | 해당 원료를 썼다는 확정 정보 |
| 비유전자변형식품 / Non-GMO / GMO-free | 강조 표시 | 요건을 충족해야 붙일 수 있음. 없다고 GMO는 아님 |
| 유전자변형 ○○ 포함 가능성 있음 | 임의 표시 | 확정 정보가 아님. 아래 설명 참고 |
세 번째 문구가 특히 헷갈립니다. 가공식품은 정량 검사가 어려워 업체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임의 표시입니다.
그런데 앞서 본 TF 회의에서는 이 문구에 대해 뼈아픈 지적이 나왔습니다.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나 코스트코 수입 제품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데, GMO 포함 여부와 관계없이 검사 회피용으로 남용되고 있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남용을 막을 사용 요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니 이 문구를 봤을 때 '유전자변형 원료가 들었나 보다'로 읽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구나'로 읽는 것도 둘 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완전표시제는 아직 절반쯤 왔습니다
'완전표시제'라는 이름 때문에 이번 개정으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TF 회의에서는 두유·두부류·소스류처럼 콩과 옥수수를 많이 쓰는 식품을 표시 대상에 추가하고, 24개 전 식품군으로 넓히는 로드맵을 고시에 반영하자는 논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7월에 실제로 개정된 고시에 담긴 품목은 세 가지입니다. 위원회가 그린 그림과 이번에 실행된 범위 사이에 아직 거리가 있는 셈이죠.
바꿔 말하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표시 대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라벨에서 읽어낼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알아두면, 대상이 넓어질 때마다 새로 헤맬 일이 줄어듭니다.
장 볼 때 확인할 것
- 간장은 2026년 12월 31일 이후 유통되는 제품부터 표시가 반영됩니다. 그 전에 만들어진 재고는 이전 기준을 따를 수 있으니, 시행 직후에는 제품별로 다를 수 있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 식용유·물엿·올리고당은 2027년 12월 31일까지 표시 의무가 없습니다. 이 기간에 표시가 없다고 원료를 판단하지 마세요.
- 'Non-GMO' 문구가 없다고 GMO 제품으로 단정하지 마세요. 강조 표시는 요건을 충족한 제품만 붙입니다.
- '포함 가능성 있음'은 확정 정보가 아닙니다. 원료를 꼭 확인하고 싶다면 제조사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하는 편이 빠릅니다.
- 수입 가공식품은 원재료명에서 대두·옥수수·카놀라 유래 성분(대두유, 옥수수전분, 물엿 등)을 먼저 찾아보세요. 표시 대상 여부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 제품 라벨의 표시 기준은 개정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시행일과 대상 품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고시 원문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GMO 표시가 붙은 간장은 안 먹는 게 나은가요?
안전성 문제로 붙는 표시가 아닙니다. 국내 유통되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식품위생법」 제18조에 따른 안전성 심사를 거쳐 식품용으로 승인된 품목만 들어옵니다. 표시는 원료 정보를 알리기 위한 것이고, 먹을지 말지는 각자 판단할 영역입니다.
지금 파는 간장에는 왜 GMO 표시가 없나요?
현행 기준에서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표시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간장은 제조 과정에서 해당 성분이 남지 않아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2026년 12월 31일부터 이 기준이 바뀝니다.
Non-GMO라고 안 써 있으면 GMO 원료를 쓴 건가요?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Non-GMO는 의무 표시가 아니라 요건을 충족해야 붙일 수 있는 강조 표시이고, 현행 기준은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0%입니다. 요건을 못 맞추면 아무 표시도 하지 않으므로, 무표시는 정보 없음에 가깝습니다.
'유전자변형 콩 포함 가능성 있음'은 무슨 뜻인가요?
유전자변형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임의 표시입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GMO 표시제 TF에서는 이 문구가 대형마트나 수입 제품에서 검사 회피용으로 남용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사용 요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포함됐다는 뜻도, 아니라는 뜻도 아닙니다.
식용유랑 물엿은 언제부터 표시되나요?
2027년 12월 31일부터입니다. 구분 관리를 위한 시설 개보수 등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간장보다 1년 늦게 시행합니다. 그때까지는 같은 원료를 써도 간장에만 표시가 붙는 기간이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재배하나요?
앞서 인용한 TF 회의 자료에서는 한국을 GMO 비생산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표시 제도가 다루는 대상은 주로 수입되어 국내에서 가공되는 원료입니다. 재배 승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소관 기관 자료를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음에 간장을 고를 때
이번 개정으로 라벨이 답해줄 수 있는 질문이 하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라벨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은 그보다 여전히 많습니다. 그 경계를 알고 보느냐 모르고 보느냐가, 같은 뒷면을 봐도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만듭니다.
12월이 되면 조미료 매대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표시가 붙은 제품과 안 붙은 제품이 나란히 놓여 있을 텐데, 그 차이가 원료의 차이인지 시행 시점의 차이인지 이제는 구분해서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은 공개된 정부 자료와 공식 발표를 근거로 정리했으며, 구체적인 시행 내용은 발행 시점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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