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국내산' 표시, 어디까지 국내산일까 — 수산물 원산지 읽는 법

횟집 '국내산' 표시, 어디까지 국내산일까 — 수산물 원산지 읽는 법

휴가지 횟집에 들어가 수조 앞에 섰다고 해보겠습니다. 물고기들이 유유히 돌고 있고, 메뉴판에는 '광어회(넙치: 국산)'라고 적혀 있습니다. 국산이라니 마음이 놓입니다. 우리 바다에서 잡아 올린 놈이겠거니 하고 자리에 앉게 되지요.

그런데 여기서 '국산'이라는 두 글자가 실제로 보증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넓지도, 그렇다고 텅 비어 있지도 않은 애매한 폭이거든요. 그 폭을 정확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외식할 때 꽤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법령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자료를 근거로, 표시가 말해주는 것과 말해주지 않는 것을 갈라보겠습니다.

횟집 안에서 한 손님이 활어 수조 앞에 서서 생선 상태를 살펴보는 모습.

수입 활어도 일정 기간 기르면 '국산'이 됩니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오해입니다. 수입한 활어나 산 갑각류라도 정해진 절차를 거쳐 들여와 국내에서 일정 기간 기르면 원산지가 전환된 것으로 봅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도 질의응답집」은 그 기간을 품종별로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품종국내 양식기간표시
미꾸라지3개월 이상국산 또는 국내산
흰다리새우, 해만가리비4개월 이상국산 또는 국내산
그 밖의 어류·패류6개월 이상국산 또는 국내산

축산물이라면 이런 경우 '국내산(육우, 호주)'처럼 괄호 안에 출생국을 함께 적습니다. 그런데 수산물에는 그 괄호가 없습니다. 6개월을 채운 순간 그냥 '국산'입니다. 소비자가 라벨만 보고 국내에서 부화한 개체와 수입 후 6개월을 채운 개체를 구별할 방법은 없다는 뜻이지요.

참고로 '국산', '국내산', '연근해산' 세 표기는 같은 질의응답집 기준으로 서로 차이가 없습니다. 셋 중 무엇이 적혀 있든 의미는 동일합니다. 반면 '원양산'은 원양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이 해외수역에서 잡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국산과는 구분되는 별개의 분류입니다. 태평양·대서양·인도양·남극해·북극해 같은 해역명을 함께 적을 수 있는데, 이 해역명이 실제와 다르면 거짓표시가 됩니다.

'제주 갈치'라고 적힌 표시판은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

지역명이 붙은 수산물 표시를 흔히 봅니다. 완도 미역, 충주 다슬기, 제주 갈치. 그런데 이 셋 중 하나는 규정상 쓸 수 없는 표기입니다.

양식 수산물, 연안정착성 수산물, 내수면 수산물은 생산·채취·양식·포획한 지역의 시·도명이나 시·군·구명을 원산지로 적을 수 있습니다. 미역이 완도산, 다슬기가 충주산이 되는 근거입니다. 그런데 회유성 어종은 여기서 빠집니다. 떼를 지어 일정한 경로로 옮겨 다니는 물고기들 — 고등어, 멸치, 삼치, 갈치, 참조기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국산', '국내산', '연근해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고, '제주산'이라고 적으면 원산지 표시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제주 앞바다에서 잡았는데 왜 안 되느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 제주 앞을 지난 갈치가 그제는 다른 해역에 있었을 테니, 어느 지역의 것이라고 특정하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상호나 브랜드로 쓰는 '제주 은갈치'와, 원산지란에 적는 '제주산'은 서로 다른 이야기라는 점만 구분하시면 됩니다.

표시는 진실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책임 소재를 정할 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입니다. 초밥집과 이자카야를 운영하던 시절, 활어의 원산지는 취급 업자가 알려주는 대로 적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가게에서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수조에 들어온 물고기를 보고 어디서 왔는지 알아낼 수는 없으니까요. 업자가 마음먹고 속이면 가게 사장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제도를 들여다보면 이 감각이 근거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축산물은 서울시 식품안전정보가 정리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 기준에 따라 원산지가 적힌 영수증이나 거래명세서를 매입일로부터 6개월간 비치·보관해야 합니다. 반면 수산물을 조리해 판매하는 업소에는 질의응답집 기준으로 원산지 증명서류 비치·보관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고, 단속에 대비해 보관할 것을 권장하는 데 그칩니다.

그러니까 원산지 표시는 "이 생선이 어디서 왔는지 국가가 확인해 두었다"는 제도가 아닙니다. "적힌 것과 다르면 적은 사람이 책임진다"는 제도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거짓표시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이고, 미표시는 5만 원에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로 처벌 수위가 크게 갈립니다. 거짓말에 무게를 실어 진실을 유도하는 방식이지요.

소비자가 유통 경로까지 직접 들여다보려면 수산물이력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자율 참여 방식이라 참여 업체가 취급한 품목에만 이력번호가 붙습니다. 대부분의 횟집 수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메뉴판보다 수조를 먼저 보세요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음식점에서 원산지 표시가 나타나는 자리는 생각보다 여러 곳입니다.

메뉴판과 게시판에 적는 것이 원칙이고, 규격에 맞는 '원산지 표시판'을 붙였다면 메뉴판 표시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 표시판은 가로세로 29cm × 42cm 이상에 글자 60포인트 이상이어야 하고, 게시판을 쓰는 업소는 가장 큰 게시판 옆이나 아래에, 게시판이 없는 업소는 주 출입구로 들어선 정면에 붙여야 합니다. 벽이나 칸막이로 나뉜 방에서 드시게 된다면, 방마다 원산지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수조입니다. 메뉴판에 원산지를 적었더라도 수족관에 보관 중인 살아있는 수산물은 별도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원산지가 다른 같은 어종은 섞이지 않게 구획하고, 푯말이나 안내표시판에 30포인트 이상 글자로 적어야 합니다. 수조 앞에 아무 표시가 없다면 그것 자체가 확인할 신호입니다.

배달로 시키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앱은 통신판매에 해당해 음식명 옆이나 가격 표시 주위에 원산지를 적어야 하고, 글자 크기는 음식명이나 가격 표시와 같거나 더 커야 합니다. 매장 표시판에 붙여 두었다고 끝이 아니라 배달앱과 영수증에도 표시가 필요합니다.

모든 생선에 표시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은 농축수산물 29개 품목입니다. 이 가운데 수산물이 20종을 차지합니다.

넙치(광어), 조피볼락(우럭),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 낙지, 고등어, 갈치, 명태, 오징어, 꽃게, 참조기, 다랑어, 아귀, 주꾸미, 가리비, 우렁쉥이(멍게), 방어, 전복, 부세. 여기에 조리해 팔려고 수족관에 보관·진열하는 살아있는 수산물 전부가 더해집니다.

목록에 없는 어종은 표시 의무가 없습니다. 조리 방법은 상관없어서 회로 내든 탕으로 끓이든, 심지어 반찬으로 조금 내어도 대상 품목이면 표시해야 합니다. 반대로 목록 밖의 생선은 회로 내어도 표시 의무가 없습니다. 이 경계가 만드는 흔한 오해는 아래 자주 묻는 질문에서 몇 가지 짚었습니다.

외식할 때 원산지 확인하는 순서

  • 자리에 앉기 전 주 출입구 정면과 가장 큰 게시판 옆을 훑어 원산지 표시판이 있는지 봅니다.
  • 표시판이 없다면 메뉴판에서 음식명 바로 옆이나 아래를 확인합니다. 글자가 음식명보다 작다면 표시방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 수조가 있는 가게라면 수조 앞 푯말을 따로 확인합니다. 어종이 여러 개인데 표시가 하나뿐이라면 원산지가 모두 같다는 뜻이어야 합니다.
  • 모둠회를 시킬 때는 어종별로 원산지가 각각 적혀 있는지 봅니다. 서로 다른 품목은 섞음 표시가 아니라 개별 표시가 원칙입니다.
  • 같은 어종에 '국산과 중국산을 섞음'이라고 적혀 있다면, 앞에 쓴 쪽의 비율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 배달앱으로 시킨다면 음식명이나 가격 옆, 또는 별도 창에서 원산지를 확인하고 영수증도 함께 봅니다.
  • 방으로 안내받았다면 그 방에도 원산지 정보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상하다 싶을 때 신고하는 경로

표시가 아예 없거나 원산지가 의심스러울 때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전화는 1899-2112이고, 카카오톡에서 '수산물 원산지 표시' 채널을 추가해 신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쌀이나 배추김치처럼 농산물이 문제라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1588-8112가 따로 있습니다.

조사 결과 위반으로 적발되고 지급 기준에 맞으면 신고포상금이 나옵니다. 금액은 위반 사항에 따라 5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폭이 넓습니다. 또 2년 이내에 2회 이상 미표시하거나 거짓표시해 처분이 확정된 업소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지자체,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12개월간 공표됩니다. 자주 가는 지역의 업소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 공표 목록을 찾아보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시장에서 회를 떠서 옆 식당에서 상차림비 내고 먹는데, 그 식당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나요?

그 회에 대해서는 표시 의무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소매업소에서 주문할 때 이미 원산지 표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식당이 회 외에 다른 표시 대상 품목을 조리해 내놓는다면, 그 품목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간장게장에 민꽃게를 썼다는데 원산지 표시가 없어도 되나요?

민꽃게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이 아닙니다. 표시 대상인 '꽃게'는 농축수산물 표준코드의 소분류 기준을 따르는데 민꽃게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음식점이 직접 담근 간장게장을 매장에서 진열해 판매하는 경우라면 음식점 원산지 표시 규정에 따라 표시해야 합니다. 대게와 털게, 갑오징어도 같은 이유로 표시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황태나 북어는 왜 원산지가 안 적혀 있나요?

명태는 표시 대상이지만 황태·북어처럼 완전히 건조한 제품은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육수용으로 쓰는 마른 명태 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코다리처럼 반건조한 제품은 표시 대상에 포함됩니다.

반찬으로 나온 갈치속젓 같은 것도 표시 대상인가요?

대상입니다. 표시 대상 20종 수산물은 용도에 구분 없이 반찬으로 제공해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갈치속젓이라면 '갈치속젓(갈치: 국산)'처럼 적습니다. 낙지젓, 오징어순대에 쓴 오징어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원산지를 아예 안 쓴 가게와 거짓으로 쓴 가게는 처벌이 같나요?

크게 다릅니다. 거짓표시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이고 두 처분을 함께 받을 수도 있는 형사처벌입니다. 반면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는 5만 원에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로, 품목과 위반 횟수에 따라 금액이 정해집니다. 여러 수입 국가명을 나열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표기는 '혼동표시'로 보아 고발 대상이 됩니다.

포장해서 파는 초밥이나 회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나요?

표시해야 합니다. 음식점에서 당일 조리해 미리 포장해 둔 제품을 진열·판매하는 경우 음식점 원산지 표시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는 2023년 1월 11일 자로 해석이 변경된 부분입니다. 다만 완성된 가공품을 소분하거나 단순히 데워서 파는 경우는 가공품 원산지 표시 기준을 따릅니다.

다음에 횟집에 갔을 때 해볼 것

이 글에 담은 기준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2023년 8월에 펴낸 질의응답집과 서울시 식품안전정보의 안내 자료를 근거로 했습니다. 질의응답집은 2023년 7월 기준 법규로 작성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니, 정확한 최신 조문이 필요하시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을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천은 단순합니다. 다음에 횟집이나 초밥집에 가시면 자리에 앉기 전에 두 곳만 보세요. 주 출입구 정면의 원산지 표시판, 그리고 수조 앞 푯말입니다. 이 두 가지가 제대로 갖춰진 가게는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표시가 진실 그 자체를 보증하지는 못해도, 표시조차 없는 가게보다는 훨씬 나은 출발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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