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새우·조개 해동법, 해동수부터 도마까지 순서 정리

냉동 새우·조개 해동법, 해동수부터 도마까지 순서 정리

여름에 사둔 냉동 조개 한 봉지가 냉동실 구석에 몇 달째 들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꽝꽝 얼어 있으니 상할 일은 없을 테고, 어차피 국으로 끓여 먹을 거니까 괜찮겠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시죠.

그런데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한 역학조사 보고를 보면 이 두 가지 전제가 나란히 흔들립니다. 영하 24℃에서 냉동 보관 중이던 바지락에서 비브리오패혈증균이 검출됐고, 감염된 분은 그 바지락을 끓여서 드셨거든요.

냉동 해산물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위험한 구간이 우리가 짐작하던 곳과 다르다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해동을 어디서 할지부터 손질 순서, 가열 기준까지 어느 지점을 조여야 하는지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냉장고 안에서 조개와 새우를 각각 투명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모습.


영하 24℃에서도 균이 남아 있었습니다

질병관리청 공식 학술지에 실린 냉동 보관된 해산물을 섭취한 기저질환자의 비브리오패혈증 감염 사례 보고에 따르면, 2025년 충남에서 확인된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남아 있던 냉동 바지락 검체에서 비브리오패혈증균이 검출됐습니다. 이 바지락은 2024년 6월경 채취해 영하 24℃에서 보관해 온 것이었습니다.

냉동실 온도에서 균이 어떻게 남아 있을까요. 보고서는 이 균이 배양은 되지 않지만 죽지도 않은 상태로 버틸 수 있다는 기존 연구를 근거로 듭니다. 얼어 있는 동안에는 검사에서도 잘 잡히지 않다가, 해동과 조리 과정에서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온 균과 바지락에서 나온 균의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아, 조사팀도 그 바지락을 감염원으로 확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즉 "이 조개가 원인이었다"가 아니라 "냉동 상태에서도 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까지가 확인된 내용입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주방에서 바꿀 것은 충분히 나옵니다.

끓여 먹었는데도, 라는 대목

이 사례에서 가장 눈에 걸리는 부분은 조리 방식입니다. 바지락은 냉장실에서 열두 시간가량 해동한 뒤 조리대에서 손질해 냄비에 끓여 먹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같은 재료를 함께 드신 가족들에게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조사팀이 배제하지 못한 경로가 바로 조리 과정의 교차오염입니다. 해동하고 손질하는 사이에 균이 조리 도구나 손을 거쳐 다른 곳으로 옮겨 갔을 가능성이지요. 특히 해동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물, 이른바 해동수는 균 농도가 높을 수 있어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보고서에 언급돼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냄비 안은 안전합니다. 문제는 냄비에 들어가기 전, 조리대 위에서 벌어지는 15분입니다.

해동은 '어디서'보다 '무엇을 받아내느냐'

해동 방법을 다루는 글은 대개 맛과 식감을 기준으로 씁니다. 여기서는 기준을 하나 더 얹어야 합니다. 녹으면서 나오는 물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입니다.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1. 냉장실에서 해동합니다. 상온에 꺼내두면 겉면이 먼저 녹아 세균이 늘기 좋은 온도 구간에 오래 머무릅니다. 여름철 주방은 특히 그렇습니다.
  2. 밀폐용기나 밀봉 상태로 넣고, 아래에 받침 그릇을 둡니다. 봉지째 넣어두면 아래쪽에 고인 물이 새어 나와 다른 칸으로 흐릅니다.
  3. 냉장실 맨 아래 칸에 둡니다. 위 칸에 두면 흘러내린 물이 그대로 아래 식재료로 떨어집니다. 바로 먹는 반찬이나 과일이 그 아래 있으면 곤란하지요.
  4. 해동수는 조리에 쓰지 않고 버립니다. 국물 맛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 물은 그 용도가 아닙니다.
  5. 버린 뒤 싱크대와 받침 그릇을 바로 씻습니다. 그대로 두고 다음 재료를 손질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급할 때는 밀봉한 채로 찬물에 담가 해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도 포장을 벗겨 물에 직접 담그지는 마세요. 물이 튀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손질 순서를 바꾸면 절반은 해결됩니다

도마를 두 개 쓰는 집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순서로 해결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바로 먹을 채소나 과일을 먼저 손질하고, 날 해산물은 마지막에 다루는 것입니다. 이 순서 하나만 지켜도 균이 옮겨 갈 경로가 크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조개를 손질한 도마에서 오이를 썰면, 앞의 모든 주의가 무의미해집니다.

질병관리청이 안내하는 비브리오패혈증 예방수칙에는 어패류를 요리한 도마와 칼은 반드시 소독한 뒤 사용하고, 어패류를 다룰 때는 장갑을 착용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손에 상처가 있다면 장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손질이 끝나면 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물로만 헹구고 앞치마에 닦는 습관이 있다면, 그 앞치마가 다음 경로가 됩니다.

가열 기준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충분히 익혀 드세요"라는 말은 실제로 뭘 하라는 뜻일까요. 질병관리청 예방수칙은 숫자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구분안내 기준
보관 온도어패류는 5℃ 이하로 저온 보관
가열 온도85℃ 이상으로 가열 처리
조개류 삶기껍질이 열리고 나서 5분간 더 끓이기
찜으로 익힐 때9분 이상 더 익히기
세척해수를 쓰지 말고 흐르는 수돗물로 세척

여기서 실제로 자주 어긋나는 건 조개 쪽입니다. 껍질이 벌어지면 다 익었다고 보고 불을 끄는 경우가 많은데, 안내 기준은 벌어진 시점부터 5분을 더입니다. 시작점이 아니라 기준점이 껍질이 열리는 순간인 셈이지요.

같은 음식을 먹어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

앞선 사례에서 같은 재료를 드신 가족들은 아무 증상이 없었습니다. 이 차이가 이 주제의 핵심입니다.

앞의 보고서가 인용한 2023년 국내 환자 분석을 보면, 확진자의 77.9%가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고 사망자의 92.6%는 간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동반한 상태였습니다. 만성 간질환, 당뇨, 면역 저하 상태에 해당한다면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노출로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족 중에 이런 조건에 해당하는 분이 계신 집이라면, 앞의 수칙들이 권장이 아니라 기본값이 됩니다. 회나 무침처럼 익히지 않는 조리법은 특히 신중하게 판단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섭취 가능 범위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계신 분이라면 담당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냉동 해산물 꺼내기 전 체크리스트

  • 해동은 상온이 아니라 냉장실에서 하기
  • 밀봉 상태로, 아래에 받침 그릇을 두고 해동하기
  • 냉장실 맨 아래 칸에 두어 물이 다른 식재료로 흐르지 않게 하기
  • 해동수는 조리에 쓰지 않고 버린 뒤 싱크대 바로 세척하기
  • 도마가 하나라면 채소·과일 먼저, 날 해산물 마지막 순서로
  • 손질 후 도마와 칼은 소독, 손은 비누로 세척
  • 조개는 껍질이 벌어진 뒤 5분 더, 찜은 9분 이상
  • 해동한 해산물은 다시 얼리지 않고 그날 조리하기
  • 손에 상처가 있으면 장갑 착용하기
  • 냉동실에 언제 넣었는지 모르는 해산물은 보관 시점부터 확인하기

자주 묻는 질문

냉동실에 오래 둔 조개, 그냥 먹어도 되나요?

얼려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균이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영하 24℃로 보관 중이던 바지락 검체에서 비브리오패혈증균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는 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 모든 냉동 해산물이 오염돼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충분히 가열해 드시고, 손질 과정의 교차오염을 막는 쪽에 무게를 두시면 됩니다.

해동하면서 나온 물, 그냥 싱크대에 버려도 되나요?

버리시는 것이 맞고, 버린 직후에 싱크대를 씻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해동수는 균 농도가 높을 수 있다는 점이 질병관리청 사례 보고에 언급돼 있습니다. 물을 흘려보낸 자리에 곧바로 다른 재료를 씻으면 애써 분리한 의미가 사라집니다.

전자레인지 해동 기능은 안전한가요?

시간이 짧다는 점에서는 상온 해동보다 낫지만, 부위별로 익는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겉은 이미 익기 시작하고 속은 얼어 있는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전자레인지로 해동하셨다면 바로 조리로 넘어가시고, 해동 상태로 다시 냉장실에 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마트에서 산 냉동 새우도 같은 주의가 필요한가요?

해동수 처리와 도마 순서는 산지나 구입처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번 사례의 재료는 개인이 직접 채취해 장기간 보관한 것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직접 잡아 오신 조개나 게를 오래 얼려 두셨다면 조금 더 보수적으로 다루실 필요가 있습니다.

조개를 끓였는데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끓인 음식 자체가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라, 끓이기 전 손질 단계에서 균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앞선 사례에서도 조사팀은 조리 과정의 교차오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습니다. 가열 기준을 지키는 것과 별개로 조리대 위생을 따로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도마가 하나뿐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순서로 해결하시면 됩니다. 바로 먹는 채소와 과일을 먼저 손질하고, 날 해산물을 가장 마지막에 다루는 방식입니다. 해산물 손질이 끝난 뒤에는 도마와 칼을 소독하고, 그날 더 손질할 재료가 있다면 그 뒤에 진행하시면 됩니다.

오늘 냉동실 문을 열면 확인할 것

거창한 장비가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받침 그릇 하나 두는 것, 해동 자리를 맨 아래 칸으로 옮기는 것, 채소를 먼저 썰고 조개를 나중에 손질하는 것. 이 정도가 오늘 바꿀 수 있는 전부이고, 실제로 위험이 지나가는 구간도 딱 여기입니다.

냉동실에 언제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해산물이 있다면, 이번 주말 요리 계획을 세우실 때 그것부터 꺼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냉동실에서 가장 오래된 해산물은 어느 계절에 들어간 것인가요?

이 글은 2026년 7월 31일 기준으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염병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판단은 다루지 않으며, 증상이 있으신 경우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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